현관문 앞에서 시작되는 가장 거대한 심리적 장벽: “딱 오늘만 쉴까?”
토요일 아침,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휴대폰의 날씨 앱이예요. 비가 오나 않오나, 혹은 지금은 안내려도 언제쯤 비가 내리기 시작할지 예보를 확인해요.
한 주 내내 일하면서 주말 일기 예보가 비가 온다고 주욱 연결되면 낙담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기 예보는 예보일 뿐으로 생각하고 토요일 아침 눈을 뜬 순간까지 희망을 놓지 않아요.
마라톤 풀코스, 그중에서도 많은 러너의 꿈인 ‘서브 4(4시간 이내 완주)’를 목표로 훈련 중인 저에게 토요일은 가장 엄격한 자신과의 약속이 있는 날입니다.
바로 LSD(Long Slow Distance), 장거리 훈련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침대에서 내려와 운동복을 챙겨 입는 그 짧은 순간에도 머릿속에서는 수만 가지 핑계가 떠오릅니다.
“어제 좀 늦게 잤는데 컨디션 조절이 우선 아닐까?”, “날씨가 생각보다 쌀쌀한데 근육이 놀라면 어쩌지?” 같은 달콤한 유혹들 말이에요.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어떤 식으로 양말을 신고 옷을 환복할지 미리 완전하게 준비해요.
절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요. 조금이라도 틈을 주면 다른 생각이 슬쩍 들어오다가 확실하게 오늘은 그만하자 이번주도 일하느라 발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라고 몸을 사리게 만들거든요.
이런 망설임은 운동화를 신고 현관문을 나선 뒤에도 계속됩니다.
특히 러닝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 마주하는 1~2km 구간은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가장 취약한 지점입니다.
아직 심박수는 정상 범위에 머물러 있고, 근육은 뻣뻣하게 굳어있어 한 걸음 한 걸음이 마치 진흙탕을 걷는 듯 무겁게 느껴지죠.
이때 뇌는 끊임없이 정지 신호를 보냅니다.
“야, 오늘 몸 상태가 심상치 않아. 여기서 멈추는 게 현명한 거야.”라는 목소리가 귓가를 맴돕니다.
실제로 저 역시 최근 몇 주간 이 초반 1~2km 지점에서 “그만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그 고비만 넘기면 몸이 예열되고 정신이 맑아지는 ‘러너스 하이’의 초입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저는 오늘도 무거운 발걸음을 억지로 내디뎠습니다.
20km 사투의 현장: 내리막 코스를 골랐음에도 숨이 트이기까지 8km가 필요했던 이유
어제 훈련의 계획은 원대했습니다. 기본 20km를 베이스로 잡되, 만약 발걸음이 가볍다면 25km, 내친김에 30km까지 거리를 늘려 풀코스에 대비한 지구력을 확실히 다져놓고 싶었습니다. 체력 소모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코스 설계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제가 아는 주변 지형을 총동원해 최대한 오르막을 피하고 내리막 구간이 많이 포함되도록 경로를 조합했죠. “내리막 위주라면 조금 더 수월하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지”라는 안일한 기대를 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실제 도로는 제 예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내리막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체적인 리듬은 쉽게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보통 3~4km 정도 달리면 호흡이 안정되고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세컨드 윈드’가 찾아오기 마련인데, 어제는 무려 7~8km 지점을 지나서야 겨우 숨이 트이기 시작했습니다. 1시간 가까이 숨 가쁜 사투를 벌인 후에야 비로소 달리기에 최적화된 몸 상태가 된 것이죠.
설상가상으로 10km 지점을 통과할 무렵, 예상치 못한 복병이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바로 발바닥 통증이었습니다. 평소 신던 것과 다른 양말을 선택했던 게 화근이었을까요? 신발 안에서 미세하게 발생하는 마찰이 발바닥에 타오르는 듯한 열감을 만들어냈습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찌릿한 통증이 올라왔고, 양말 속에서는 이미 물집이 잡히고 있는 듯한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멈춰야 하나? 아니면 끝까지 가야 하나?”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하지만 5월 BMO 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하는 제 모습을 상상하며, 발바닥의 화끈거림을 억누르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결국 계획했던 20km를 채웠을 때, 기록보다 더 큰 성취감이 온몸을 감쌌습니다.
페이스 데이터가 보여주는 냉정한 진단: 평지의 자신감과 오르막의 한계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가민(Garmin) 시계에 기록된 데이터를 확인했습니다. 숫자는 제가 느꼈던 고통과 성과를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평지 구간에서의 페이스였습니다. 평지에서는 평균 5:30 페이스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더군요. 이 정도의 페이스 유지력이라면 서브 4라는 목표는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닙니다. 호흡이 안정된 상태에서 평지를 달릴 때의 리듬감은 제가 이미 상당한 수준의 기초 체력을 갖추었음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의 이면에는 해결해야 할 거대한 숙제가 숨어 있었습니다. 바로 오르막 구간에서의 급격한 페이스 저하였습니다. 경사도가 조금만 높아져도 5분대의 페이스는 순식간에 7분대 이상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평지에서 벌어놓은 소중한 시간들을 오르막에서 고스란히 반납하고 있었던 셈이죠. 심박수는 한계치까지 치솟는데 속도는 나지 않는 무력감. 이는 단순한 체력 문제를 넘어, 오르막을 공략하는 근력과 요령이 부족하다는 신호였습니다.
풀코스 마라톤 대회 현장에서는 후반부 30km 지점 이후 마주하는 작은 언덕 하나가 서브 4를 향한 꿈을 좌절시키는 거대한 장벽이 되곤 합니다. 이번 훈련을 통해 제가 주중 보강 훈련에서 무엇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지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평지에서의 자신감을 오르막에서도 이어갈 수 있는 ‘강력한 엔진’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죠.
서브 4 완성을 위한 실전 솔루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3단계 보완 전략
데이터를 확인했으니 이제 실행할 차례입니다. 어제의 고통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저는 5월 BMO 마라톤 전까지 적용할 세 가지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수립했습니다. 장거리 러닝을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이 체크리스트를 꼭 참고해 보세요.
서브 4 러너를 위한 핵심 훈련 및 장비 보충 가이드
| 훈련 영역 | 주요 발견 문제점 | 향후 실행 전략 (Action Plan) | 기대 효과 |
| 장비 최적화 | 10km 이후 발바닥 마찰 및 열감 발생 | 이중 구조 러닝 양말 도입 및 발가락 양말 테스트 | 장거리 러닝 시 물집 방지 및 통증 제어 |
| 업힐(오르막) 강화 | 오르막 페이스 저하 (5:30 → 7:00+) | 주중 1회 ‘언덕 인터벌’ 혹은 ‘계단 오르기’ 추가 | 하체 근력 강화 및 경사 구간 페이스 유지 |
| 심폐 예열 관리 | 숨 트임 구간 지연 (7~8km 지점) | 러닝 전 15분 이상의 동적 스트레칭 및 웜업 러닝 | 초반 심리적 저항 감소 및 안정적 페이스 진입 |
| 코스 매니지먼트 | 내리막 위주 코스 구성의 한계 발견 | 주중 평지 템포런과 주말 실전형 언덕 포함 LSD 병행 | 실전 대회에서의 지형 변화 대응력 향상 |
| 멘탈 트레이닝 | 초반 1~2km 구간의 포기 유혹 | ‘첫 3km는 뇌를 속이는 시간’으로 정의하고 강제 지속 | 장거리 레이스 초반 페이스 조절 능력 배양 |
5월 BMO 마라톤 결승선을 향해: 오늘 흘린 땀방울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습니다
20km라는 긴 거리를 달리는 과정은 우리 인생의 축소판과 같습니다. 내리막이라고 해서 항상 편안한 것은 아니며, 예상치 못한 양말의 문제 같은 작은 변수가 레이스 전체를 흔들어놓기도 하죠. 오르막 앞에서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 느끼는 무력감은 때로 우리를 작아지게 만듭니다. 하지만 어제 제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페이스 기록이 아닙니다. 바로 그 수많은 포기의 유혹과 발바닥의 고통을 뚫고, 결국 20km라는 목표를 ‘완수’해냈다는 자신감입니다.

만약 어제 제가 발바닥이 아프다는 이유로, 혹은 오르막이 힘들다는 이유로 5km 지점에서 멈췄다면, 저는 제가 어떤 양말을 신어야 하는지, 제 오르막 페이스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영원히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도전 과정에서 마주하는 고통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우리가 더 강해지기 위해 수정해야 할 ‘친절한 안내서’입니다.
5월, 캐나다 밴쿠버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열릴 BMO 마라톤. 그 결승선에서 환하게 웃으며 서브 4의 기쁨을 만끽하는 제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오늘 흘린 땀방울과 발바닥의 통증은 그날의 영광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오늘은 어떠셨나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에 예기치 못한 언덕을 만나 힘겨워하고 계시지는 않나요? 괜찮습니다. 그 언덕을 넘는 순간, 여러분은 어제보다 훨씬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있을 테니까요. 우리 함께 끈기 있게 끝까지 달려봅시다!